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한 일본 언론인이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놀이의 원조는 일본이라고 주장을 하며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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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쇼타로(鈴木壯太郞)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 서울지국장은 지난달 29일 칼럼에서 “(‘오징어게임’에서) 거액의 상금을 목표로 참가자가 사투를 벌이는 게임의 다수는 일본에서 유래된 아이들의 놀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열등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스즈키 지국장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일본의 ‘다루마상가코론다(だるまさんがころんだ, 달마가 넘어졌다)’와 가사만 다를 뿐 규칙과 선율이 같다고 주장했다. 드라마 제목이 된 ‘오징어게임’이 땅에 S자를 그리고 상대방의 진지를 공격하는 일본의 ‘S켄(Sケン)’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고도 했다.

스즈키 지국장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든 것은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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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관장은 앞서 2019년 ‘우리집에 왜 왔니’ 놀이가 위안부 강제 동원을 묘사한 일본 노래에서 유래했다고 처음 문제를 제기한 인물이다.

임 관장은 “우리의 전통 놀이는 이기는 마을에 풍년이 드는 것이지만 일본의 놀이는 죽음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라며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놀이 대부분도 일본 강점기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잔인한 일본의 문화가 들어가 있어서 드라마가 흥행했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임 관장은 이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일본 강점기 무궁화 전파 운동을 하던 남궁억 선생이 일본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며 가사에 무궁화꽃을 넣어서 바꿔 부르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시기는 1937∼1939년 무렵으로 봤다.

그렇다면 임 관장의 주장대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일본에서 유래한 놀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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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놀이나 전래놀이의 특성상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명확한 유래는 찾기 어려웠다.

한국민속학회가 ‘우리집에 왜 왔니’ 논란 당시 교육부로부터 수주해 연구한 ‘초등 교과서 전래놀이의 교육적 적절성 분석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직접적으로 수록한 고문헌은 없다.

보고서는 대신 이 놀이를 전통적인 숨바꼭질이나 술래잡기가 시대의 변화와 놀이성의 추가에 따라 변화된 형태로 봤다.

숨바꼭질은 윤기(1741∼1826)의 ‘무명자집’에 미장(迷藏)과 은신(隱身)으로 처음 나오고, 19세기 중반 조재삼의 ‘송남잡지’에 뻐꾹질이라고 해서 뻐꾸기 소리로 술래를 유도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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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대응하는 외국의 놀이로는 일본의 ‘다루마상가코론다’ 외에도 중국의 ‘하나둘셋, 나무사람’, 서구권의 ‘왓츠 더 타임, 미스터 울프?(What’s the time, Mr.Wolf?)’,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Red light, Green Light)’ 등을 꼽았다.

‘왓츠 더 타임, 미스터 울프?’의 경우 늑대로 선정된 참가자와 나머지 참가자들이 서로 반대쪽 끝에 선 뒤 나머지 참가자들이 ‘왓츠 더 타임, 미스터 울프’라고 외치면 늑대가 시간을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늑대가 예를 들어 3시라고 답하면 참가자들은 그 숫자만큼 앞으로 나아가고, 늑대가 ‘저녁(또는 점심)’이라고 답하면 참가자들이 도망가고 늑대가 출발점까지 쫓아가 참가자를 잡게 된다.

이 연구에 참여한 이상호 놀이연구소 풂 소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서양에는 일찍부터 ‘왓츠 더 타임, 미스터 울프?’,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 등의 놀이가 있었다”며 “일본이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그런 유형의 놀이도 대거 들어왔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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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장은 이어 “원조는 서양인데 일본을 거쳐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로 들어왔고, 우리는 우리식대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바꾼 것”이라며 “유사한 놀이가 세계 여러 나라에 있는 것으로 봐서 특정 나라에서 생긴 놀이라거나 일본 놀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즉,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전 세계적인 보편성에 의한 ‘한국식 버전’의 놀이라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노래 음률이 비슷하다고 해서 일본 식민지 사상을 이어받은 노래가 아니냐는 주장이 있는데 영향을 받은 것은 일부 사실이라고 해도 우리가 영향을 받았는지 줬는지를 논의하기는 어렵다”며 “놀이의 유사성이 존재하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것인데 그 나라에만 존재하는 고유한 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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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계에서도 ‘다루마상가코론다’가 근대 이후 서양의 영향으로 발생한 놀이로 보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다만 당시 민속학회 연구에서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와 ‘쎄쎄쎄’ 등에서 일본 놀이·노래의 영향이 발견된 만큼 교육부는 순차적으로 국정 교과서의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검정 교과서에 대해서는 발행사에 정책 연구 결과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5학년 1학기 국어 교과용 지도서에 실려 있던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는 다른 창작놀이로 대체됐고, 3학년 2학기 국어 교과용 지도서에 있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역시 다른 창작놀이로 바뀌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실렸던 3학년 2학기 과학 교과서(국정)는 내년부터 검정교과서로 전환됨에 따라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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