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는 19세기 후반과 비교해 금세기 말까지 지구 기온 상승 폭이 1.5도 이하로 억제돼야 인류와 생태계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화석연료 사용으로 이미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섞였고, 이로 인해 기온은 1.1도가 올라 있다. 앞으로 겨우 0.4도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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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 현무암 가루가 이런 기후변화에 대한 긴급 처방이 될 수 있다는 연구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현무암 가루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이지만, 대기에 이미 퍼진 이산화탄소를 회수해 과열된 지구를 식히기 위한 ‘비상 대책’으로 현무암 가루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현무암에 포함된 무기물은 농경지에는 비료가 된다. 현무암 가루가 기후변화 완화와 비료 대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무암 가루(회색)와 경작지의 흙(황토색)이 뒤섞인 모습. 현무암 가루 속 광물 성분은 빗물에 녹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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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화산암의 일종인 현무암을 가루로 만들어 전 세계 농경지에 살포하면 지구의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지구물리학회(AGU)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어스 퓨처’ 최신호에 실었다.

현무암은 지상으로 흘러나온 마그마가 식어서 생긴 암석이다. 검은색이나 회색을 띠고 구멍이 다수 뚫렸다. 한국에선 화산 활동으로 생긴 섬인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연구진이 현무암을 빻은 가루를 기후변화 속도를 늦출 열쇠로 본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밭에 뿌려진 현무암 가루는 흙 속에 자리 잡은 뒤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녹은 이산화탄소와 접촉한다. 이때 현무암 가루의 주성분인 칼슘과 마그네슘이 이산화탄소를 강하게 붙잡는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이 화학 반응의 결과로 ‘탄산염’이 만들어진다. 탄산염 속에 이산화탄소가 갇히게 되는 셈이다. 탄산염은 땅에서 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 들어 가라 앉는다.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서 격리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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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암을 덩어리가 아니라 곱게 빻은 가루 형태로 밭에 뿌리는 이유는 표면적 때문이다. 고운 가루가 조약돌 같은 큰 덩어리보다 표면적이 넓다. 이 때문에 더 많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접촉할 수 있다. 주먹만 한 얼음보다 잘게 부순 얼음이 상온의 공기와 더 넓게 접촉해 빨리 녹는 것과 같은 이유다.

연구진은 현무암 가루 살포의 효과가 상상 이상일 것으로 분석했다. 전 세계 농경지인 약 24억㏊(헥타르)에 1㏊당 10t의 현무암 가루를 살포하면 총 75년동안 최대 217Gt(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에서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예상했다.

지난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6.8Gt이었다. 약 6년간 인류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완전히 틀어막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농경지뿐만 아니라 산속처럼 흙이 쌓인 모든 땅에 현무암 가루를 살포하면 효과가 더 좋지 않을까.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현무암 가루를 운송하는 비용 등을 감안하면 접근성이 비교적 좋은 땅인 농경지에 뿌리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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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현무암 가루에는 무기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비료가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기후변화를 잡으려고 농경지의 생산력을 떨어뜨리는 일은 식량 부족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지만, 현무암 가루는 오히려 기존 비료를 대체하는 효과를 준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현무암은 덥고 습한 환경에서 더 쉽게 가루가 된다”며 “위도가 높은 지역보다 위도가 낮은 지역에서 더 신속하게 이번 연구 결과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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