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회관에 전시되었다가 보수단체, 여성단체 등의 공격을 받은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이 연일 화제이다.

혹자는 ‘표창원 더러운 잠’이라는 검색어 때문에 해당 작품이 국회의원 표창원의 작품이라 오해를 하기도 하고, 몇몇은 본인들이 보기에 ‘여성 비하를 조장하는, 몰상식한 그림’이 국회의원 회관에 걸렸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원작자인 이구영 작가와 전시에 개입되어 있는 표창원을 몰지각한 이들로 치부하기도 한다.

과연 ‘더러운 잠’은 언론을 통해 많은 이들이 비판한 것처럼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그 자체가 수준이 너무 낮아 논의할 가치도 없는 캔버스 조각에 불과한 것일까?

마네 (Manet)의 <올랭피아 (Olympia)>(1863)의 구도를 따 오고, 박근혜의 목 아래 신체 부분은 지오르지오네 (Giorgione)의 <잠자는 비너스 (Sleeping Venus)> (1502)에 등장하는 여체 부분을 결합시킨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 (2017)은, 작가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적절한 오브제들을 통해 표현해 낸 일종의 풍자화이다.

해당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무기력하게 잠들어 있는 박근혜의 얼굴과, 거만해 보이면서도 또한 공격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최순실의 얼굴 표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요소를 통해서만 봐도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해볼 수 있는데, 실제로는 누가 보더라도 우위에 있고, 지배 당하는 것이 아닌 지배하는 위치에 있는 박근혜가 그림 속 ‘시녀’처럼 묘사되는 최순실에 의해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한다는 것이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잠들어 있는 박근혜의 우편에 위치한 태극기, 세월호의 침몰 장면, 그리고 최순실의 손에 들려 있는 프로포폴 주사 다발이라는 장치를 통해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다.

태극기에는 최순실의 얼굴이 그려져 있어, 최순실이라는 한 개인에 의해 국가의 중요한 사안이 좌우될 수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고 세월호 침몰 장면을 통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침몰의 진실 또한 두 사람의 행적에 가려져 있음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순실이 들고 있는 프로포폴 주사 다발은 최순실과 같은 한 개인이 쳐 놓은 보호막 아래에서 박근혜가 마치 프로포폴 주사를 맞은 것처럼 마취된 상태로 살아 왔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에는 다양한 상징이 내포되어 있고, 이 자체로 현 세태를 비판하는 일종의 풍자화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부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여성 비하’ 혹은 ‘모욕’을 조장하는 수준 낮은 그림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박근혜의 신체로 등장한 부분이 실제 박근혜의 누드도 아닐 뿐더러, 눈을 감은 채 무기력하게 잠들어있는 박근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적인 오브제로 등장한 대상일 뿐이다.

미술 평론가 반이정은 본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을 통해 “사소한 풍자 그림 속에 명화 속 누드를 인용한 점을 트집 잡아 악의적인 꼬리표를 달려고 갖은 억측과 과대망상적 비평으로 표창원과 ‘더러운 잠’을 몰아세우는데, 한 마디로 해석의 폭력이다.

겉잡을 수 없는 집단 광기 앞에서 당사자는 얼마나 속수무책일까.”라며, “여러 언론 보도들이 이 문제의 그림을 마네의 <올랭피아>의 패러디라고 적었던데, 엄밀히 말하면 마네의 <올랭피아> (1863)와 지오르지오네의 <잠자는 비너스> (1502)를 결합시킨 후 박근혜와 최순실의 얼굴을 넣어 패러디한 것으로 표현해야 맞다.”라는 내용 또한 덧붙였다.

<더러운 잠>의 모티브가 된 위 두 작품을 차례 차례 감상한 후, 논란의 중심에 있는 <더러운 잠>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 보면 보다 해당 풍자화를 작가의 생각이 담긴 하나의 미술 작품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화가들이 언급하듯,그림은 글처럼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나타내지 않기에 그림에 등장하는 오브제를 통한 해석의 여지는 매우 다양하다 할 수 있다.

<더러운 잠>을 파손한 이는 예비역 제독 심모씨(63세)라고 하는데, 그는 대통령과 국회와 국민과 여성을 모욕하고 성희롱했다는 것에 분개해 그러한 행위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품을 통해 표현하는 작가의 생각이 존중되어야 하니 심모씨처럼 작품을 보고 해석하는 이들 개개인의 생각도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그가 받아들인 것처럼 해당 작품이 과연 “대통령과 국회와 국민과 여성을 모욕하고 성희롱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는 꼭 박근혜처럼 대통령과 같은 공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여성’으로 다뤄진 대상과 여성 신체를 표현한 것을 ‘모욕’ 혹은 ‘성희롱’과 연관짓는 이들의 해석의 방식에서 기인한 판단이라고 본다.

또한 문재인이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언급한 것처럼 정치에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고 하나, <더러운 잠>에 품격과 절제가 없다고 보기도 힘들다. 해당 작품은 박근혜를 통해 무언가 외설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표창원과 <더러운 잠>이 이슈가 되자, 연일 각계각층 인사들의 의견을 인용하며 사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대서특필하고 있는 언론을 보고 있자니, 과연 언제쯤 한국에서 진정한 “표현의 자유”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싶다. 정치, 경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현재 한국은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이와 함께 ‘문화 선진국’으로 갈 길은 열려 있기나 한 것일까. <더러운 잠>에 대한 불편하고 획일화된 해석을 보면 아직 요원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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